AI & 개발/AI

다수의 위기, 소수의 기회: LAW EXPO SEOUL 2026 후기

dataminutestone 2026. 7. 1. 16:06

 

0. 박람회에 가기 전.

법률 산업 박람회를 다녀왔습니다. 사전에 등록을 하면, 무료지만 그 이후에 가고자 하면 2만원을 내야 합니다..

제가 관심있었던 부분은 아무래도 리걸테크에서 리걸보다 테크쪽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AX summit 부분에서의 강연을 듣고자 방문하였습니다.

https://lawexposeoul.com/conference/conference-les/

 

각 강연을 듣기 위해서는 사전에 또 등록을 해야 합니다.

등록 이후에는 카톡으로 지속적인 알림이 오기 때문에 까먹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앙에 부스도 다양하게 있고, 아무래도 IT 계열 종사자보다는 법조계열 종사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박람회였습니다.

 

1. 박람회를 찾은 이유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질문

AI 엔지니어, 데이터 분야, 그리고 현재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데이터 분석가 등의 직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중 하나가 리걸테크였다. 그래서 현재 리걸테크가 어느 수준까지 발전했는지 직접 보고 싶었고, 실제 법률 업무 중 어느 부분까지 AI가 담당하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특히 리걸테크 분야뿐만 아니라, 현재 대부분의 기업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업무의 AI 전환, 즉 AX에 관한 내용은 도메인과 상관없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법률이라는 특정 분야에서 AI가 어떻게 도입되고 있는지를 보면, 다른 산업에서도 AI를 어떤 방식으로 업무에 적용할 수 있을지 참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처음 취지와는 다르게 좌담회와 로앤컴퍼니 강연까지만 듣고 집에 갔다. 이후 AX 관련 강연들은 아무래도 테크보다는 리걸 분야의 청자를 고려한 방향성이 강해 보였고, 현재의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 좌담회가 제시한 법조인의 생존 전략

 다양한 법률 분야에서 실제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며, 현재 법률전문가들이 AI 도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검찰 측에서는 보안 문제로 인해 외부 AI 시스템을 활용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사건 자료가 민감하다 보니 녹취 파일 처리 같은 기능도 내부에서 직접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들으며 법률 분야의 AI 도입이 느린 이유가 단순히 조직이 보수적이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능만큼이나 데이터 보안과 구축 비용이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 판사 측에서는 AI가 기존 판례를 그대로 따라가는 한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판례를 찾고 유사 사건을 정리하는 데에는 강점이 있지만, 새로운 문제에서 어떤 가치를 우선할지는 결국 사람이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법률전문가의 생존 전략으로는 개인의 AI 활용 능력뿐만 아니라 제도와 교육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로스쿨에서도 법률지식만 가르치기보다 인문학적 소양과 사회적으로 타당한 판단을 내리는 능력을 더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등기업무도 하나의 사례로 언급되었다. 등기는 단순히 서류를 접수하고 처리하는 반복 업무처럼 보일 수 있지만, 부실 등기가 발생할 가능성이나 이상한 원인을 발견하는 역할까지 생각하면 완전히 자동화하기는 어렵다는 취지였다.

 

 또한 AI가 도입되면 업무비용이 무조건 감소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다른 이야기도 나왔다. AI가 업무를 대신하게 되면 고객은 법률서비스 비용 역시 낮아져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신뢰할 수 있는 학습데이터를 확보하는 비용이 많이 들고, AI 시스템의 적절성을 계속 검증하고 유지하는 데에도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즉, 기존 인력의 업무가 줄어드는 만큼 모든 비용이 그대로 절감되는 구조는 아니었다.

3. 법조인만이 제공할 수 있다는 ‘휴먼 프로페셔널 터치’

  AX 시대의 법률 종사자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휴먼 프로페셔널 터치’라는 표현이 나왔다.

의뢰인이 법률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법률적 정답을 얻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전문가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감정적인 안정감을 얻는 부분도 크다는 것이다. 법률 문제는 대부분 개인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게 되고, 특히나 소송이나 형사사건처럼 결과가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법조인은 고객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듣고, 고객이 느끼는 불안이나 감정적인 부담을 함께 감당하는 것은 AI가 충족시킬 수 없는 부분이라는 의견이 인상깊었다.

 

 기본에 충실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인간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미국 로스쿨에서도 단순히 좋은 법률가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는 말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나는 휴먼터치가 정말로 인간 법률전문가만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4. 휴먼터치는 정말 인간만의 영역일까

 사람에게는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감정적인 에너지가 정해져 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공감 능력이 좋은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모든 의뢰인에게 동일한 수준의 관심과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렵다. 물론 모든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을 지향해야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상담 일정과 업무량, 개인의 피로도에 따라 서비스의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선입견이나 자신의 감정 상태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반면 AI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순간에 바로 답변할 수 있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더라도 피곤해하거나 불편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사용자가 이해하지 못했다면 이해할 때까지 다른 방식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특히 감정적인 문제에서는 AI가 오히려 더 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사람에게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할 때는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를 의식하게 된다. 내 이야기가 너무 길지는 않은지,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지, 상대방이 나를 답답하게 생각하지는 않을지 신경을 쓰게 된다.

 

 하지만 AI를 상대로는 상대방의 반응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이야기할 수 있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반복해서 말해도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고, 내가 힘든 순간에 바로 나를 지지하는 답변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휴먼터치는 오히려 인간보다 AI가 더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영역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AI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AI가 상담이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수 있다. 중요한 문제를 기계에게 맡긴다는 것 자체를 불안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5년에서 10년 뒤, 대부분의 사람이 AI와 대화하는 것에 익숙해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개인의 과거 대화와 선호하는 표현 방식, 감정 상태까지 고려해 답변하는 AI가 일반화된다면, 공감과 감정적인 안정감에서도 인간보다 높은 만족도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법조인의 대체 불가능성을 단순히 인간적인 공감이나 휴먼터치에서만 찾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5. 법조인에게 남는 역할은 결국 책임이 아닐까

그렇다면 AI 시대에도 법조인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좌담회를 들으며 내린 결론은 결국 ‘책임’이었다.

 

 AI는 판례와 법률정보를 검색하고, 문서를 작성하고, 사건에 대한 판단까지 제시할 수 있다.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인간 법조인보다 더 많은 자료를 검토하고 더 정확한 결론을 제시하는 순간도 올 수 있다. 하지만, AI는 자신의 판단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없다.

 

 잘못된 답변으로 사용자가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불리한 법률적 선택을 했다고 하더라도 AI 스스로 법적·윤리적인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결국 해당 시스템을 제공한 기업이나 이를 활용해 최종적인 판단을 내린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

 

 사람들이 법률전문가를 신뢰하는 이유도 단순히 상대방이 인간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있고, 직업윤리를 지켜야 하며, 잘못된 판단을 했을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신뢰하는 부분이 크다.

 

 앞으로 법조인의 역할은 모든 법률지식을 직접 기억하고 모든 문서를 처음부터 작성하는 사람에서, AI가 제시한 결과를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판단이 왜 타당한지를 당사자에게 설명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결과에 책임지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AI가 답을 만드는 시대에 법조인은 더 이상 가장 많은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대신 수많은 답 중에서 어떤 답을 사용할 것인지 결정하고, 그 선택이 한 사람의 삶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며, 결과에 자신의 이름을 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